
단단한 껍질이 만들어지기 전의 어린 영혼이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한없이 약하고 작은 스침에도 쉽게 상처가 생겼습니다. 손가락 끝의 상처들은 서서히 온몸을 잠식했고 두려움에 떨던 나는 무수히 죽음을 떠올렸습니다. 털어놓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렇게 마음의 병을 간직한 채 나는 빠르게 어른의 시간으로 내달렸습니다. 빠른 시간 탓이었을까 육체는 미쳐 어른이 되지 못했고 어른의 옷이 필요치 않았던 나는 뒤늦게야 아직도 어린이의 옷을 입고있는 나를 발견하였습니다. 옷에는 어린 상처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지만 이제는 그 상처를 알아줄 이도, 치료해 줄 이도 나 자신 뿐임을 알고있습니다. 얼룩진 옷을 하나 벗어 기록하듯 한장의 그림으로 그리고 서랍 깊숙히 보관합니다. 다시 또 하나를 벗어 기록하고 서랍에 보관합니다. 그렇게 나는 어린 나와 이별하고 어른의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입고 있었을때는 몰랐지만 어딘지 불편했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어느날 어린시절의 죽음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서랍을 열었을때 추억처럼 다간온다면 이제 상처의 치료는 완결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